[스크랩] 합격 수기입니다..(2)
휴식(9월~10월)
일단 시험이 끝나니 후련했다.
2월에 만나고 연락조차 하지 않았던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를 마시니 온 세상이 내것 같았다.
9월 추석을 맞아 부모님과 가까운 친척분들한테 인사하고
총각때 분양받았던 아파트에 입주해서 집들이도 여러번 했다.
공부를 하면서 장시간 앉아 있다보니 치질이 심해진것 같아 치질수술도 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가고 합격자 발표일..
53.75점으로 불합격 했지만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지난번 공부한것도 있고 해서 시험 준비는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한달 여유를 두고 11월 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마음먹고 책을 한글자도 읽지 않았다.
책을 보지 않자 마음 한구석에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이 점점 커져갔다.
인내(11월~12월)
11월 1일부터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다.
2주동안 두번을 정독하니 지난 8월, 시험보기 직전의 90%수준까지 올라왔다.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이때 이욱범 선생님의 가스기술사를 보기 시작했다.
8월 시험 직전에 구입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지 못한 책이었다.
아는 내용은 건너띄고 보니 한번 보는데 1주일이면 충분했다.
매년 11월과 12월은 업무가 가장 바쁜 달이다.
11월 초까지는 그런대로 도서관에 가는 날이 많았는데 11월 말이 되면서 주말에만 갈 수 있었고
12월이 되자 도서관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쁜 업무과 시험에 대한 압박감...그리고 뒷바라지 하다 지친 아내의 투정까지 겹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급기야 12월 20일 경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첨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연애할때도 싸우지 않았는데..
암튼 이래저래 힘든 나날이었다.
여행(1월4일~1월6일)
아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이대로 가다간 내 자신이 무너질것 같아 이틀 연차를 내서 제주도 여행을 갔다.
워낙 추운 1월에 바람까지 쌀쌀하게 불어 무척 추웠지만
공부와 회사를 모두 잊고 나니 살것같았다.
12월 말에 반쯤 포기했던 기술사 공부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여행을 갔던게 탁월한 선택같다.
집중(1월~2월)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대략 40일!
게다가 1월과 2월은 회사 업무가 가장 한가한 달이다.
도서관은 새벽 6시에 문을 연다.
회사 업무 시작시간은 9시..
얼추 계산해 보니 5시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면 새벽에 2시간은 공부할 수 있고
6시 퇴근해서 공부하면 도서관 문닫는 11시까지 4시간 30분은 공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점심을 10분 안에 해결하면 남은 50분도 내것이다.
설 연휴까지 대략 20여일을 그렇게 공부했다.
기본서와 이욱범 선생님의 가스기술사도 서너번 보고
A4용지 5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서브노트도 이때 만들었다.
이땐 정말이지 토나올정도로 공부했다.
방황(2월22일 시험직전 1주일)
설날을 지나면서 사실상의 공부는 끝났다.
이제 목표는 잊어버리지 않는 것!
서브노트와 암기노트(8월 시험때 만든 서브노트)를 반복해서 보았다.
머릿속으로만 보면 잡념이 많아져서 소리내며 읽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기본서와 기술사 책도 두어번 더 보고 서브노트는 십수번 이상 읽다보니 더이상 공부가 지겨웠다.
시험을 1주일 앞두고 슬럼프가 왔다.
잡념이 많아지고 떨어지는것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어서 빨리 시험을 보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때 기술사 카페에 올라온 예상 시험문제를 봤다.
평이하고 기초적인 수준의 문제를 보고 웃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실력이 올라가서 쉽게 느낀 것이었는데 그땐 그렇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시험(2월22일)
지난번 보다 준비한게 많았다.
계산기 밧데리도 갈아 끼웠다.
자신있게 시험장에 가서 1교시 문제를 보는 순간 앞이 캄캄했다.
완벽하게 쓴 답안이 6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게 1개, 잘모르지만 대충 쓴게 1개였다.
지난번엔 9개를 썼는데 이번에는 8개라니..
기술사 공부는 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땐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답을 작성하고 문제지에 표시를 안한게 1개 있었다.
즉 9문제를 쓴것인데 8개 썼다고 착각한 것이다.
아무튼 50점대 중반정도 예상했는데 61점 나왔다.
2교시는 비교정 평이했다.
완벽하게 쓴 답안 1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게 2개, 조금 부족한게 1개다.
약한 60점이라고 생각했는데 63점 나왔다.
점심시간에 아내가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농담삼이 이야기 했다.
"그냥 집에 갈까?"
사실 1.2교시에 평균 65점 이상을 목표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58점 선인것 같았다.
지난번 4교시때의 악몽이 되살아나 의욕이 많이 꺾였다.
"기왕 시험보러 왔으니까 열심히 하고 와.."
그렇다..기왕 보는것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정신을 가다듬고 3교시 시험 문제지를 받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6문제 중 5문제는 완벽하게 답을 쓸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자신있는 4개를 골라 정성껏 답안을 작성했다.
이정도면 70점 이상 득점도 가능할것 같았다.
75점까지 가능하다고 봤는데 67점 나왔다.
마지막 4교시..
5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생각하고 긴장했다.
지난번처럼 뜬구름 잡기식의 문제가 나오지 않길 기도했다.
시험지를 받고 시작종이 울일때까지 문제를 읽지 않았다.
그 전에는 감독관이 보지 말라고 해도 살짝 읽어보고 대충 답안 작성순서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드디어 벨이 울리고 문제지를 보는 순간
붙었구나..느낌이 왔다.
완벽한 답안 2개, 개념을 충분히 설명한게 1개, 조금 부족한게 1개..이정도면 약한 60점은 가능한 점수다.
발표(4월10일)
같이 시험을 봤던분이 이번 시험을 어떻게 봤냐고 물었을때 저번 시험보다 잘본것 같다고 대답했다.
즉 59점 이상의 점수를 생각했는데 59.99점으로 떨어지면 어떻하나..하는 마음이 들었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하고 몽롱하게 출근했다.
왜이렇게 시간이 안가는지..
9시가 되어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에서 합격자 발표를 보려는데
문자가 왔다.
합격을 예감하며 조심스럽게 조회버튼을 누루자
"합격!"
기술사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