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종이학 1,000마리를 접어 걷지도 못하는 저에게
1,000개의 날개를 달아주어 이세상 어디든 날아 다닐수 있게
해주고 싶다며 정성스런 소포를 보내온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남편의 청혼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남편은 결국 직장을 포기하고 저를 보기 위해 서울로 이사를 왔고,
3년에 걸친 청혼 끝에 저는 남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85년 7월17일, 저희는 마침내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습니다.
여보, 지금 시간이 새벽 5시30분이네요.
이 시간이면 깨어있는 사람보다 아직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단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더욱 많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이미 집을 나서서 살을 에듯한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기고 있겠지요.
그리고는 밤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자리에 드는 당신.
이렇게 열심히 뛰는데도 늘 힘겹기만 한 우리 생활이
당신을 많이 지치게 하고 있네요.
내가 여느 아내들처럼 건장한 여자였다면
당신의 그 힘겨운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질 수 있으련만,
평생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나는 그럴수가 없기에
너무나 안타까워 자꾸 서러워집니다.
자동차에다 건어물을 싣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애쓰는 당신.
그런 당신을 위해 내가 할수있는 일은 물 한방울,
전기 한등, 10원이라도 아껴쓰는 것이 전부라는 현실이
너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불편한 나의 다리가 되어주고,
두 아이들에게는 나의몫인 엄마의 역할까지 해야 하고,
16년 동안이나 당뇨로 병석에 누워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야 하는 당신입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어머니께 딸인 나보다 더 잘하는당신이지요.
이런 당신께 자꾸 어리광이 늘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 높은 연세 탓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속이 상하고 당신에게 너무 미안해
남 모르게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때가 많답니다.
비를 좋아하는 나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가끔 당신을 따라 나섰지요.
하루종일 빗속을 돌아다닐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게 되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겨울눈이 제법 많이 내리던 날,
거리에서 마침 그곳을 지나던 우리 부부 나이 정도의 남녀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가는 모습을 보았어요.
서로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비를 덜 맞게 하려고
우산을 자꾸 밀어내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비를 몽땅 맞으며 물건 파는 모습이 나의 눈에 들어왔어요.
"그럼요,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 사랑할 사람인데요"
라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에게 나는 바보처럼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한없이 눈물만 떨구었어요.
그때 간호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분이세요" 라고. 그래요,
여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예요.
건강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늘 내곁에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어요.
어린시절 가난과 장애 때문에 학교에 다니지 못했기에
나는 지금 이 나이에 그리도 꿈을 꾸던 공부를 시작했지요.
적지않은 나이에 초등학교 과정을 공부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야학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어머니 저녁 챙겨주고 집안청소까지 깨끗이 해놓고,
또다시 학교가 끝날 시간에 맞춰 나를 데리러 와주는 당신.
난 그런 당신에 대한 고마움의 보답으로 정말 더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이 다 가는 학교가 너무도 가고 싶어
남몰래 수없이 눈물도 흘렸는데 이제서야 그 꿈을 이루었어요.
바로 당신이 나의 꿈을 이루어 주었지요.
여보, 나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늘 누군가의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될거예요.
여보!
한평생 휠체어의 도움 없이는 살수 없는 나의 삶이지만
당신이 있기에 정말 행복합니다.
당신은 내 삶에 있어서 바로 그 천사입니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고 늘 감사히 두손을 모으며 살 겁니다.
당신을 정말정말 사랑하는 아내가.